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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데움은 한때 전 세계의 무역 중심지로서, 케지스탄에서 가장 자긍심이 높은 도시였다. 처음에는 비즈준과, 나중에는 쿠라스트와 규모 면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제국의 중심지로 여겨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곳을 고향이라 여기던 사람들은 칼데움을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했다. 마법사 연합 전쟁이 발발했을 때조차 칼데움에서 하는 무역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없었다. 왜냐하면, 정치와 마법이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무역을 소홀히 하면 심각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터였다. 쿠라스트가 스스로 제국의 중심지라고 여기게 둡시다. 그러면 계속 상품과 통화, 그리고 사상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을 테니 우리로서도 고마운 일이지요.

한때 이 위대한 도시를 자랑스럽게 여겼던 내 마음도 차차 식어 갔다. 지금에 와서 되돌아보자면, 상당한 쿠라스트 귀족들이 자기 집을 떠나 칼데움으로 와서 살았을 때부터 부패로 썩어 문드러지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쿠라스트 귀족들이 왜 그토록 멋진 도시를 떠나왔는지 별별 소문이 다 들려왔다. 믿기 어려울 만큼 끔찍한 소문이었지만, 우리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관심을 끈 것은 그 귀족들의 태도였다. 무언가에 쫓겨 여기로 도망쳤을 때 느꼈던 안도감이 시간이 흐르고 나서 희미해지자, 태도를 바꾸어 자기 권리를 주장하더니 극도로 오만하게 변했다. 도시를 다스리는 무역 협의 의회에 “정당한” 자리를 마련하라고 거침없이 요구하는 한편, 축적한 부를 사용하여 용병까지 고용하여 자신들의 야망을 성취시키려 했다.

처음에 빠르게 악화하는 이러한 상황에 맞서 케지스탄 황제가 나섰을 때는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우리 의회와 쿠라스트 귀족 사이에 있던 갈등을 신속히 해결할 때 보여준 멋진 모습과 통솔력, 지성은 가히 최고라 할 정도였다. 사람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그를 우리 황제로 추대하는 것을 보며, 이 모든 일은 그저 기적이라고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비록 우리는 계속 케지스탄 제국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케지스탄 황제의 통치 아래 있었지만, 언제나 자주 독립체인듯이 행동하며 우리 자신 말고는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대재앙이 진짜로 지나갔다고 생각됐지만, 단지 교묘한 위장으로 감춰져 있었던 사실이 점차 분명하게 드러났다.

하칸 황제가 병석에 누우면서 진실을 덮고 있던 위장이 하나둘씩 벗겨지기 시작했다. 황제의 영향력은 점차 기울기 시작했고, 칼데움 전체의 분위기도 황제의 건강 상태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렸다. 건강 상태가 나빠질수록, 한때는 찬란했던 우리 칼데움도 함께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칸 황제가 서거하고 힘없는 왕세자가 제위를 물려받자, 칼데움은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온갖 고난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듯했다. 학정에 시달린 사람들이나 그들이 살아야만 했던 빈민가, 무능하기 짝이 없는 지도력, 더는 참지 못하고 다시 나타난 자카룸, 우리 마법사 계급과 자카룸의 분쟁 등등... 족히 몇 장이라도 써내려갈 수 있을 정도였다.

혼자서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일이다. 너무나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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